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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K/ 제 3 문화 아이들/한글

모든 것이 완벽해야하는가?





 

 오늘 아침 난 나름의 포부를 갖고 평소보다 일찍 움직여서 가방을 싸들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가는데 이 삽십분 정도는 걸렸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아침부터 그곳에 향한 이유는 , 완벽한 오늘을 만들 수 있는 완벽한 환경을 생각해서가 아닐까?


 여름날 에어콘도 솔솔 나오고, 등 뒤에는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는 책들이 썩 괜찮게 구비 되어 있고(도서관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종합자료실이 겨우 교실 두어개 만하지만) 엊그제 기분 좋게 그곳에서 공부한 기억이 있어 망설임 없이 갔다.




 하지만 실상은 뭐...





 문제집 들고 나온 중고생 때문에 자리가 하나도 없어 서서 책을 읽어야 할 판이었다. 일단 겨우 엉거주춤 창틀 근처에 자리 잡고 저번처럼 운 좋게 자리가 나길 기다리며 예정에도 없던 책을 대충 훑으며 시간을 보내다 쏟아지는 졸음과 불편한 자리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무엇이 내 당찰 수 있었던 오전을 이리 만들었을까.

무능하게 티비를 켜고 마침하고 있던 ‘타이라 쇼’를 보며 생각을 했다.... 면 농담이겠지-_-

사실, 무의식속으로 들어가보면 그렇기도 할 것이다. 완벽하게 준비했던 나의 하루가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자, 스스로 포기한 것이 아닐까 싶다. 늘 그랬듯이.

이번 쇼의 주제는 ‘완벽주의에 억눌린 십대들’이었다.





 완벽주의... 거 참 답이 없는 단어다.




 두 번째 패널로 나온 아이가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성적이 A아래로 내려가면 무너져 내리고, 지각이라도 하는 날엔 난리가 나는- 전형적인 옆집 아이=_=같은 사례였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실험으로 절대 성공할 수 없는 특수부대 훈련같은 테스트를 시켰는데, 완벽히 해내지 못했다는 것에 좌절을 하고, 심지어 그 자료화면을 다시 보면서도 우는 그런 ‘악바리’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굉장히 좋은 아이가 아니냐고 부모들은 환호를 할지도 모르겠다. 내 아이도 좀 저랬으면 좋겠다. 그럼, 사람은 완벽해야지.

과연 사람은 완벽해야할까....?




 이 주제는 내게 낯설지 않다. 어떠한 기회에 접하게 된 “Don't Mess with the Princess - Lisa Jimenez”라는 책에도 잘 나와 있는 주제였기 때문이다. 이 책은 미국에 있는 한 유명한 여성 연설가가 지은 책인데, 여성을 -공주님-에 빗대며 그들의 가능성과 헛점 등에 대해 이야기하며 영감을 불어주는 자기 개발서다. Don't~ 의 131쪽에 보면

Big Lie #4: It Has to Be Perfect

라는 주제의 글이 있다. 완벽해야만 한다. 완벽하지 않으면 용납 할 수 없다.라는 거짓말에 대해 논한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완벽주의는 상당히 파괴적인 성격을 일부 가지고 있는데-

첫 째는, 완벽주의자- 당사자를 힘들게 한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자신을 질책한다.

둘 째, 그로인해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주위 사람에게 조차 완벽을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

셋 째, 할 일도 못하게 만드는 경우 또한 있다.








 할 일도 못하게 한다니? 완벽하기 위해선 ‘할 일’을 놓쳐선 안 되는 것 아닌가?의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풀이하면, 이렇다. 완벽하지 않을 바에, 처음부터 하지 않다.






 예를 들자면,

완벽하지 않을 바엔,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움찔할 정도로 실감 나는 사람 많을 듯)

완벽하지 않을 바엔, 모임에 나가지 않겠다.

한 달을 기아 생활을 해서라도 49kg미만의 완벽한 몸매를 만들 것이다. 고로 난 오늘도 오이 씹고 줄넘기 만개를 뛰겠다. 그래야만 비키니를 입을 수 있다. 비키니는 완벽해야만 입을 수 있는 물건이니까.







 심지어,

한국 사람들이 제일 많이하는 행동중 하나가, 흉을 보는 것이다.






 흉이란, 완벽하지 않음이다.

결함이 있는 것이 당연한 인간에게서 결함을 찾아내 그것을 물고 늘어진다.

가령,

어머, 쟤 좀 봐. 팔뚝도 두꺼운데 민소매를 입었어. 세상에 민폐야 민폐.

이 정도라면 가장 보편적인 예가 아닐까?

우선, 민소매는 옷이다. 특히나 더울 때 시원하게 입기 좋은 아이템으로, 사람이 입고 다니라고 만들어진 옷이란 말이다. 그런데 왜, 사람이 민소매를 입었다고 질책을 받아야하는가? 몸매가 완벽하지 않아서? 여분의 셀룰라이트가 당신 눈에 거슬려서? 그것이 거슬리든 말든 당신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몸무게 55키로의 그녀는 가슴이라도 있지 자넨 앞뒤판 구분없는 소말리아 초딩이잖아.... 거기다, ‘쟤’보단 낫지만 아직도 완벽하지 않은 팔뚝이 남에게 흉보일까봐 민소매 입을 용기조차 없는-

내가 꺼림직 할 만한 글을 써놓은 건, 정말, 저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얼마나 우리 인식 속에 완벽주의가 깊이 파고들어와 있는지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그럼 왜 우린 이런 완벽함에 목을 매게 된 것일까.

대개 완벽주의는 부모의 양육 방법이 가장 큰 몫을 한다.







 ‘더 잘되기 바라는’ 부모의 마음에 욕심이 섞여 들어갔을 때, 아이는 그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자신을 채찍질하기 시작한다. 부모는 모르겠지만, 아이는 언제나 부모의 사랑을 갈구하기 때문에, 좋은 성과를 냈을 때만 칭찬을 하고 실패했을 경우 혼을 내거나 무관심을 보이면 -잘 해야만 사랑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부모는 그저 사랑해서, 잘되길 바랄 뿐인데 말이다.



 그럼, 잘되기 바라는 이유가 무엇인가?

아이가 행복하길 바라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어느새 그 도구인 ‘완벽함’ 때문에 아이는 완벽주의라는 불행에 빠지게 된다.

잠시 아이-쪽으로 빠졌는데...







 결국은, 이 말이다. 우린 완벽해질 필요가 없다. 인간이란 원래 불완전한 존재이고 그렇기 때문에 인생을 살아가며, (사람에 따라) 행복해지기 위해 완벽해져 가도록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완벽이랑 관계없이 행복할 수 있다면? 그건 그대로 좋은 것이다.





 남에게도, 스스로에게도 강요할 필요가 없다. 비키니 혹은 민소매를 입어서 행복하면 되는 것이고, 외국인 친구랑 대화를 할 수 있어서 즐거우면 되는 것이다. 어차피 살덩어리에 완벽을 규정짓기도 애매하고, 그들도 완벽히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고, 당신도 완전무결한 국어를 할 줄 아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타이라는 마무리로,

완벽하다는 것은 재미없다. 지루하다-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로 매력이 있고, 그 고유의 매력(불완전함)이 당신을 아름답게 만든다. 라는 식으로 마무리를 했다.






 생각을 해봐라. 그렇지 않은가?



 세계의 아이콘으로 사랑받았던, 마릴린 먼로나 오드리 햅번, 그리고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봐라.

 먼로는 너무도 결함이 많다. 완벽한 미인도 아닐 뿐더러, 입술 위에 점까지 있다.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점은, 새하얀 피부의 잡티라는 결점과 같은 종류다.

 오드리 햅번의 아름다운 몸매는, 사실 그 당시 배우들과 비교해보면 ‘볼품 없는’수준이었다. 그녀는 ‘단점’인 너무 마른 몸매로, 마른 여자도 사랑스러울 수 있단 인식의 전환을 일으켰다.

 그리고,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한국에선 요정이다 예쁘다 뭐하는데, 미국에선 그다지 예쁜 얼굴이 아니다. 처음 나왔을 땐 촌스러운 감도 있었으며, 노래나 춤은 다듬어간 것이다. 브리트니가 돌풍을 일으켰던 건 바로 -옆집 아이-같은 이미지 때문이었다.



 이들 모두 완벽하지 않음,으로 사랑을 받은 사람들이다.




 그래도 여전히 완벽해지는 것에 급급해 자신의 매력적인 결함을 찾지 못하겠다면,
나야, 할 말은 없다-_-

 그냥.

 그렇다-란 말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