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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orld/한글

[영화/ 후기] 첫 눈(2007), 감독: 한상희 _ 오토하&이준기














새하얀 아침 햇살과 어울리는 영화가 화면에서 흘러나왔다.

 

 몽롱한 호기심에,

가만히 앉아서 봤다.

 

 처음부터가 아닌지라, 조금은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았지만

일본 영화라서 그런지 분위기에만 동조되면 됐었다.

 

 

 너무도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슬픔에

영혼과 몸까지 잠식당한 엄마의 딸.로

 그녀는 상처받은 사람이었다.

 

 트라우마 속에서,

따스하게 스며든 사랑에도,

흠칫 놀라 어쩔줄 몰라하게 되어버린.

무서워 떠나게 되어버린...

 

 그리고 그는

또, 사라져버린 그녀 때문에 상처를 받아버리고 만다.

어떨결에 당한 부재는.

작지만 진득한 트라우마를 남긴다.

 '그녀'의 엄마에게 그랬듯이..

 

 

 상처를 받은 사람은,

그 상처로인해 도망가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만다.

 

 

 떠난 뒤.

평안을 찾게된 그녀는

그를 기다린다.

 

 집념에 젖은 그가 목적도 상실한 느낌으로

그녀를 바라듯이.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두 사람은 만나게 되지만,

알러지 반응처럼.

 쌓여있던 그녀를 향한 그리움은,

막상 그녀를 만나자. 부작용을 일으켜버린다.

 

 그녀는 침묵의 시간동안,

그에게 상처를 후빈 흉기가 되고만 것이다.

 

 그는 들쑤시는 상처 때문에 괴로워한다.

막연히 안고 있던 상처에 고름이 찼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스스로의 상처가 치유된 그녀는,

묵묵히.

 기다린다.

 

 트라우마를 겪어낸 입장이라 아는 것일까.

달려든다고 치유되지 않는 다는 것을

 

 

 그녀와 다시 마주치고,

그의 심장은 고름을 짜낸다.

 

 오래전 무심코 넘겼던 그녀의 편지를

다시 건네받으며.

 홀로 눈이 멀었을 때 미처 보지 못한

이야기들을 하나씩 열어보게 된다.

 

 고름을 짜낸 곳을,

솜으로 닦아 낸다.

 

 그리고 마침내 다시 만난 두 사람에게

그는 '바보'라고 한다.

 

 바보같았던 그녀와,

더욱 바보 같았던 자신에게.

 

 

 이야기는 이렇게 끝나지만.

 

 전해져 오는 이야기는 가슴 아리다.

상처를 가진 사람은,

또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밖에 없고.

 

 상처받은 사람을 받아드리는 건,

결국 같은

상처를 받은 사람이라는 것.

 

 각자 치유가 되었기에,

이야기는 하나의 작품으로 맺어지지만.

 

 

 만약에...

둘 다 고름이 남아 있는 채라면...

 

 아마,

서로 불안에 떨며

 

 계속해서 서로에게 반복하겠지?

 

 

 

 

영화 '첫 눈'

 




 





 이런 잔잔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아주 작은 장치에도 의미가 깃들어있어,

숨은그림찾기를 하는 기분이다.

 

단지 문제라면,

이런 잔잔한 이야기는 배우의 연기를

너무 훤히 들여다 보게 해버리는 것-

 아주 작은 부분 부분 마다,

이야기에 영향을 미쳐버린다는 것-

 

 개인적으로, 이준기씨의 목소리가

조금은 아쉬웠다. 도자기를 굽는다는

인물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특유의 콧소리가

살짝 어우러지지 않는 느낌이 있었고.

 

 전체적인 이야기에 톤으로 따지자면,

조금 무거운 목소리였다.

 

 상대역의 보이스 컬러로 조정을 할 수도 있었지만,

결국 이 두 배우 사이의 목소리 느낌이 어우러지지 않았달까...

(연기는 그냥..하..)

 

 

 하지만, 위에 트라우마 부분만으로 공통점을 말한 감상은

전해진 느낌을 적은 것 뿐이고.

 

 일본의 고도시, 교토를 사랑하는 그녀와,

도자기를 굽는 그는 처음부터 닮아 있었다.

 

 특히나 재미있던건,

언제나, 국경이 다른 사랑이나 우정이야기에서는

서로의 작은 부분에 신경을 곤두서고

다른 말로 서로를 알아들으려하는 것...

 

 말 전해버리면 가벼울 이야기들을

세세한 소통으로 주고 받는다.

 

 2007년이란 디지털에 파고든 때에 만들어진 영화였지만,

옛스러운 감성이 묻어나는 공기가

딱히 보지 않고 조용히 틀어놓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지 않을까

 

 1/21 ,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