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1.03.26 다른 문화를 익히는 혼돈 그리고 그로 인한 수치심(2)
  2. 2011.03.12 제 3문화 아이들의、 '규모있는' 관심사
  3. 2011.03.10 TCK/ 제3문화 아이들] #7 제3문화 아이, 그리고 이야기 / 허공에서 살아가기(7)

다른 문화를 익히는 혼돈 그리고 그로 인한 수치심




 다른 문화권으로 옮겨가는 것의 과정에서 모두가 겪게되는 가장 큰 부분은 바로 [규칙의 변화]다.




 사람 사는 모양이 다 비슷하다지만, 문명이 발전하면서 인간이란 존재는 각기 다른 규칙들을 만들어갔다. 인간이 만들어냈지만 어느새 규칙이 먼저고 인간이 그에 맞춰가는 입장이 되었다. 보통은 나면서 일정한 규칙을 익히고 그 문화에 맞는 어른으로 성장을 한다. 문화 마다 그것을 익히는 과정에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문화 규칙은 '수치'를 통해 배우게 된다.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부모가 체벌을 한다든지, 어긋나는 행동을 한 사람을 향해 수치심이 느껴지는 반응으로 간접 학습을 시키거나, 또래 사이에서 서로 약올리거나 창피를 줌으로 그 문화의 구성원으로서 해야할 행동을 자연스레 익히게 한다.




 그런 과정을 겪은 아이가 어른이 된다면 그 문화 규칙이 체화된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 때, 만약 성인이 된 이 아이가 외국, 혹은 다른 문화권으로 나가게 된다면?



 우선은, 문화 충격과 충돌이 일어난다. 그 나라의 규칙을 알게되는 시행착오를 겪게 되겠지만, 그렇다고 자신에 대한 혼란을 느끼진 않는다. 주변 세계에 대한 혼돈 또한 없다. 그저, "여긴 이렇구나"의 선에서 주체적으로 그 문화를 익힐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아이의 경우 많이 다르다.


 아이란, 성인이 되기 전의 당계이자 성장이 덜 된, 자아가 온전히 이루어지기 전의 상태이다. 아직 주변의 것으로 학습을 하는 시기이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규칙이 생길 때, 아이는 주체적으로 "아, 여긴 이렇구나"하고 학습을 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기화 시켜버린다. 어느새 그 규칙은 아이를 구성하는 한 조각이 된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많은 TCK들은 두가지 이상의 문화를 경험하거나, 넘나드는 삶을 살아간다. 어느정도 성장한 아이라면 이제 그 상황을 어떻게 다뤄야하는지 알겠지만, 어린 아이의 경우 어른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의 혼란을 겪게 된다. 저쪽 문화에서는 어른이랑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해야 바른 아이였는데, 이쪽에서는 무례하고 발칙한 아이가 되어버리는 경우처럼, 극단적인 상황을 겪기도 한다. 대부분, 이로 인한 혼란은 어른이나 주위 사회의 무지에 의해 가중된다.




 관념적인 이야기는 여기까지고, 린지가 겪은 일화 두 개를 소개해보겠다.





 첫번째 이야기_



 린지는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완벽한 미국식 체계속에 있다가 중간에 영국인 학교로 옮겨갔다. 학교에 간지 셋째 날이었다. 이전에 다니던 학교에서는 무언가를 할 때 철저히 선생에게 정중하게 허락을 받고 해야했다. 게다가 영어도 미국식 영어를 사용했다. 어쨌든, 놀이터에서 노는 시간에 밖에 있다가 화장실이 가고 싶어져 선생님에게 가서 정중히 허락을 구했다.



 "May I go to the bathroom?"



 '밖'의 활동을 하는 시간에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고, 거기다 선생님의 감시 밖의 영역으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이 그래야한다고 생각을 했다.



 서있던 남자선생 둘이 서로를 보고 피식 웃더니, 아프리카인 선생이 잔뜩 수치심을 주었다. 놀리긴 놀리는 것이었지만, 나의 발음과 행동으로 미국식 생활이 티가 나 분명 수치심을 느낄 만하도록 이야기를 했다.



 "Bathroom? To take a bath?"(목욕실? 목욕하러 가게?)

 샤워하는 시늉을하며 잔뜩 웃었다. 새로 전학 간 학교라 안그래도 낯선데, 거대한 어른 두명이 그런식으로 내려다보면 상당히 위협적이다. 나는 직접적으로 '소변을 보고싶다'고 말하는 것도 예의에 어긋나며, 화장실이란 곳에 대한 다른 단어를 알 질 못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한참을 그러고 놀리다가 선생님이 ,


 학교에는 "Bathroom목욕실"은 없고 "Toilet" 혹은 "Loo"가 있다고. 그리고 화장실 정도는 알아서 가야지 일일이 보고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그렇게 큰 사건은 아닌 것 처럼 보이지만, 그 흑인 선생님의 전반적인 태도와 그 상황속에서 린지는 심한 수치심을 느꼈다.
 



( 린지의 인생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흑인은 이 선생님과 외국에 처음 나갔을 때 린지를 괴롭혔던 상급생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린지는 인종주의가 아님에도 흑인을 마주하면 잔뜩 얼어버리고 머리가 하얘진다.)






 두 번째 이야기_


 이건 아주 오랫동안 밝히지 않았던 아주아주 숨겨둔 이야기지만, 여기서 풀어보겠다. 린지는 어릴적 하와이에 살았었다. 그리고 그곳에 사는 아이답게, '훌라'라는 전통춤을 배웠다. 반에서 어린 축에 속하면서도 우등생으로 발표회 때 앞줄 가운데쪽에 설 수 있을 만큼, 재미도 붙이고 자부심도 있었다. 당연한 것이, 어린 린지의 정체성 속에 하와이라는 땅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에, '하와이인'으로서 그 춤을 잘 춘다는 것은 굉장힌 자랑이었다. 어른들이 있는 곳이라면, 재롱으로 나의 춤을 보고싶어했으며 나는 자부심을 갖고 훌라를 췄다.

 마지막 발표회날의 액자사진은 훈장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몇년이 흐를렀다. 그 사이 린지의 가족은 하와이를 벗어나 유럽에서 살고 있었다.
 

 거실에 그 발표회 사진이 있고 , 훤히 사정들을 아는터라 어른들은 내게 여전히 '훌라'를 보여달라고 했다. 좀 녹슬기야했지만,
춤을 출 기회가 있으면 여전히 기쁘게 보여드렸다. 그러던 어느날. 손님들이 집으로 돌아갔고, 린지는 그날 어김없이 훌라를 추었었다.


 "어디 그렇게 어른들 앞에서 엉덩이를 흔들어 창피스럽게, 이제 하지마."

 엄마의 말이었다. 정확히는 기억이 안나지만, 내가 한 일이 부끄러운 일이었다며 수치심을 주었다.



 자랑스러운 하와이의 혼이 담긴 그 춤은 그 순간 한낱 '엉덩이춤'으로 전락해버렸고, 자부심이 깃든 그 사위는 '창피스러운 짓'이 되어버렸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어쩔 줄을 몰랐다.



 그 이후로 린지는 훌라를 추지 않았다.


 훌라 그저 추지 않은 것이 아니라, 훌라를 췄다는 그 사실 자체가 너무 부끄러웠다. 어느 정도였냐면, '하와이에 살았다'라면 농담식으로 '훌라같은거 췄어?'라고 할까봐 그 이야기도 안 꺼냈다. 행여 하와이에 살았다 할지라도 , 훌라에 대해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어느새 엄마가 거실에 내놓은 춤추는 사진을 전부 방으로 가져들어가 옷장 깊숙히 보이지 않는 곳에 넣어두었다.

 한술 더 떠, 하와이를 벗어난 곳에서 '훌라'라는 신성한 춤에 대한 시선이 린지의 그 부끄러움을 가중시켰다.


 그 때 받은 수치심이 너무 강해 아직도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너무 혼란스러웠다. 훌라라는 춤은 '야한 춤'이 아니라, '엉덩이'가 아니라, 정신이요 혼이요 아름다운 하와이고 [나의 일부]였다. 그런데 그것이, 한순간에 전혀 다른 것이 되어버렸다.


 

 린지는 TCK로서 다른 문화권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새로운 규칙을 받아들이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규칙을 버려야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대개 엄청난 수치심을 겪게 된다. "수치심 쯤이야, 다 커가는 과정이야." 흔히 어른들은 이렇게 말하지도 모르겠지만, TCK들이 겪는 수치심은 약간의 잘못, 틀림으로써 받는 수치심이 아니라, 분명 옳은 일을 했는데, 그 옳은 일이 "여기"서는 옳지 않다는 충격에서 강타하는 좀 더 근원적인 수치심이다.


 심지어 존재 자체에 대한 수치심이 되어버리고, 아이의 자아 자체에 타격을 주게 되기도 한다. 이런 사건으로 인해 심하게 소심해진다든지, 지나칠 정도로 내성적이 되고, 사람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게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린지 정도면 괜찮은데, 더욱 잦은 이동과 잔인한(?) 주위 환경으로 더 강한 '수치심'을 감내야하는 아동 중에는 이제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알 수가 없어져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한 행동에 언제 수치심이 날아들지 모르는데, 맘편히 사람 앞에 나서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TCK들을 양육하는 부모나 교사들은 이 점을 알고, 수치심을 이요한 교육보다는 "여긴 이래,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돼"식으로 조곤조곤 설명을 해주었으면 한다. 아이가 '잘못' 행동했을 때도, 혼을 내기보단 혹시 이것이 가치관이나 문화 경험으로 인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아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눈높이를 맞춰준다면, TCK자녀는 자신감있고 자연스럽게 문화를 받아들 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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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emilla 2011.03.27 08:48 address edit & delete reply

    에효... 그 선생 정말 인간이 못 됐네요....

    어른들이 어린이를 보호할 줄 모르는게 참 비극이예요..

    저 아는 교포 친구는 자기 삼촌한테 뺨 맞은 적도 있어요. 오빠를 이름으로 부른다고...

    • Lynzi Cericole 2011.03.27 16:40 신고 address edit & delete

      그걸 자각을 하지 못한다는데서 문제가 일어나는 거죠. 특히나 그 선생님 같은 경우에는 아프리카인이었는데, 그쪽 교육방법 자체가 수치심을 많이 주는 문화잖아요.

      뺨을 맞다니... 충격이 크셨겠네요 친구분... 오빠를 이름으로 부른다고 그런다니, 너무하네요ㅠ 조선시대도 아니고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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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문화 아이들의、 '규모있는' 관심사




 문화적으로 약간의 차이를 보이지만,
 
대개 아이 혹은, 청소년들의 관심사는 범지구적으로 비슷하다.




 머리스타일, 옷, 놀기, 연예인/게임....... 이성!




 어른들은 한숨을 쉬겠지만,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나의 주체적인 인간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속에 정체성을 찾아가고 사회훈련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이니. 





 어른들이야 잔소리를 하고 억압하겠지만, 머리와 옷에 주의를 하고 치장을 하는 것은 '또래집단'으로서의 [자기], 즉, 현시대의 청소년으로서의 모습을 나타내는 행위이며, 부모에게서 서서히 정신적인 독립을 하며 자아를 확립해가는 과정의 외적인 표현이며 실험이다. 

 아이들은 이때 또래와 비슷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사회집단에 속하는 과정의 실현이자 학습니다.





 예를 들면, 또래가 생각하는 유행에 맞지 않는 옷을 입었을 때 , 아니는 일종의 언어적, 시선적 징계를 받고, 집단과 사회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학습해간다.



 연예인이나 가십을 주제로한 대화들은 언뜻 보면 쓸모없어보이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일 수도 있다. 이제 '배경지식'을 가지고 정보를 교환하는 의사소통을 할 단계에 왔는데, 아쉽게도 그들이 일상적으로 나눌수 있는 가벼운 주제가 TV나 게임인 것이다.








 이에 반해,

 제 3문화 아이들은 좀 더 '규모있는' 관심사를 갖는 경우가 많다. 잘 살펴보면 그들의 레이더는 이미 주위에서 주워담을 수 있는 일상적인 정보에서 벗어나, 밖, 지구, 인류 그리고 세상을 향해있다.



 그렇기 때문에 언뜻 애늙은이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대화상대도, 또래집단보다는 자신보다 나이가 (아주) 많은 사람들을 선호한다.





 이는 경험의 차이로 인해, 세계를 보는 눈의 변화에 의한 것이다.
 
 많은 TCK들은 또래와는 다르게 [그렇게 재미있고 중요한] 옷이나 머리, 연예인에 대한 수다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아닌 TCK들도 물론 있겠지만,

 다양한 문화와 흐름을 몸소 체험하며 이미 어른의 입장에서 관조하는 수준에 이른 이들에게 올봄의 '잇템'목록은 별의미없는 '이 또한 지나라기라'의 대상이다. 연예인도 마찬가지이다. 어차피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가면 그 사람은 일반인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는데, 홍수처럼 쏟아져나오는 아이돌들을 일일이 꿰고 앉아 있을 이유가 없다.



 이렇게 표현했다고 아예 무관심하다고 못박는다고 받아들이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단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TCK들에게 그러한 주제는 소소한 간식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그럼 대체, 무엇에 주의를 기울이는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가?




 누구의 사상인지는 잊었지만(ㅈㅅ), 철학의 한켠에서 인간을 '소우주'로 분류한다. 그 안이 무한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와 비슷한 느낌으로 TCK들은 지구와 이 세계의 압축판들이다. 한명 한명이 걸어다니는 지구본일 수도 있다. (머리속으로 그림을 그려보면 나름 웃길 수 있다.)




 풀이하자면, 스스로를 탐구하기도 전에, 많은 TCK들의 시선은 이미 '밖'을 너머 더 큰 세상을 향하고 있다. 매일 같이 변하는 전자기기, 패션과 같은 것은 잔물결일 뿐이다. 제 3문화 아이들은 진작부터 큰 흐름을 바라보는 법을 익혔고, 덕분의 그들의 관심사도 '규모있다'.







 엊그제 린지의 체력을 고갈시칸 예술가, [훈데르트바서]를 예로 들을 수 있다. 그의 작품들을 보며 예상은 했지만, 그는 예술가이자 아주 훌륭한 TCK의 표본이기도 하다. 자세한 사항은 다른 포스팅에 하기로 하고-










 훈데르트바서는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제 3문화 아이였다. 그의 작품들을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훈데르트바서는 지구를 제 3의 피부라 칭할 정도로 유기체로서의 세계에 민감했다. 자연을 절대적인 존재로 여겼으며, 나선을 통해 생명에 대해 고민을 했다. 




 그의 작품속에 관심사는 개인의 감정이나 빛의 움직임을 너머 '존재' 그 자체에 있었던것 같고, 그 매개를 이 땅의 인간에 비해 영원한 자연이라 생각을 했다.





 만약 일상속에 이런 관심사를 표현한다면, 한국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던 아이들은 그를 '4차원'이라 느낄지도 모른다. 일반적인 아이들에게는 눈에보이는 바지의 핏이 중요하지, 이 세계와 자연은 너무도 먼 대상이다. 제 3의 피부의 '핏'은 아무렴 별로 직접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비TCK들에게는 '규모있는'일이 쓸데없는 것처럼 비춰질지도 모른다.

















 린지만해도, 어릴적부터 관심사가 유별났다. 이미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환경문제에 촉각을 세웠고, 세계평화에 대한 경각심이 있었다. 그렇다고 대단한 것도 아니다.


 
 '어린애가..' 하고 혀를 내두를만한 일이 아닌것이, 우선은 린지의 경우 국제학교를 다녔는데, 다양한 집단의 아이들을 모아놓고 이야기를 하자니, 당연히 모두(전인류)의 공통적인 문제부터 배우게 되었다는 것이 첫번째 이유였을 테니까.


 특별한 교육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현지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아이들의 경우에도, 체류국에 대한 교육을 받으면서 자신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부분이 그 나라의 역사보다는 세계적인 문제일테니 자연스레 관심사는 그쪽으로 흘러간다.






 이 포스팅의 결론은 아마도, '4차원'적인 관심사로 TCK들이 '별종'이 아니라는 점이지 않을까...







>>



 TCK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이들이 귀국을 했을 때, 또래와의 원활한 대화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이러한 아이들의 관심사를 충분히 이해해줬으면 한다. 또한, 또래 사이에서 충족되지 못하는 부분을 적극적인 대화로 해소해주면서, 더불어 사회의 '잔류'에도 참여 할 수 있도록하면 좋지 않을까.


 
(노인의 경지에서 팔짱을 끼고 또래집단을 바라보기도 하기...때문에...쿨럭)

















 




TCK부록_ 조금 '특별'한 곳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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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K/ 제3문화 아이들] #7 제3문화 아이, 그리고 이야기 / 허공에서 살아가기






 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비단 듣는 것 뿐만이 아니라, 이야기하는 것도 굉장히 좋아한다.

 본래 나는 말이 굉장히 많은 아이였다. 예전의 학교기록표들을 보면 담임소견란에 'talkbox' 'talkative' 등
표현하길 좋아하는 아이로 나와있다. 하지만 얼마전, 내게 멘토식으로 접근했던 교수님께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네가 글을 쓴다길래, 좀 걱정했어. 직업 특성상 작가들을 많이 만나보는데,
많은 작가들이 굉장히 머리가 좋고 생각이 많지만, 어딘가 소통능력이 부족하거든. 다른 애들이랑 있는 걸 보면
너도 그럴까봐 좀..."



 내겐 충격적인 말이었다.

 우선, 나는 이야기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리고, 말도, 나름 잘하는 편이다. 나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
같이 밥을 먹자고 하는 맴버들이 있을 만큼. 내가 이야기를 할 때면 꽤나 매력적이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아무나와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교수님이 그리 본것은 학교라는 정글속에서 내가 방어태세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과 오늘은 외국의 TCK기관들에서 나온 자료가 아닌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봤을 때 나타날 수 있는
TCK의 특성들을 뽑아내보고 있다.
그중 오늘의 것은 아마, 한국사회에 특히 도드라지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일단은, 나의 '말상대 편식'이 일어난 배경부터 관찰해보았다. 



 명시했듯이, 나는 말하기 좋아하는 활발한 천성을 타고났다.
 (2살 때부터 온동네 대화에 끼어들었단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그러기에 이야기가 있는 곳이면 나는 기꺼기 참여하기를 좋아한다. 나는 이야기하는 것뿐 아니라 듣는 것 또한
굉장히 좋아한다
. 하지만, 한국에 와서 이런 내가 음지를 찾아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첫째, 설명할 것이 너무 많다.

 동일한 문화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대부분 비슷비슷한 경험들을 쌓는다. 보고 듣고 만진 곳이 뻔하며, 장소 또한
나름 뻔한다. "놀이터에서 놀았어"라고 누군가 이야기한다면 머릿속에 다들 비슷한 모습의 놀이터를 그리고,
어디에서 이사왔어. 하면 그 지역 이름만 들어도 감이 잡힌다. 감이 안잡히면 뭐 어떠랴, 어차피 비슷한 인생을
 살았을텐데.

 하지만 TCK의 경우 , 새로운 집단에 들어가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설명을 해야할 것이 너무도 많다.



 가령, 첫만남에-


 Q. 어디서 왔니?
 A. 인천.
 Q. 그래?



 가 될 것이, TCK의 경우



 Q. 어디서 왔니?
 TCK. 어디라니, 어딜 말하는거지?
 Q. 어디서 살다왔냐고.
 TCK. 아 , 난 전주에서 살다가 마닐라에서 초등학교를 다니고, 런던에 갔어. 그리고 일년쯤 미국에 있다가 온거야.
 Q. ...... 왜...? ...어.. 마닐라가 뭐야?





 어디서 왔냐 부터 쉽지가 않다. 그런데 그곳에서 했던 경험들, 일어난 일들이 나오기 시작한다고 생각해봐라.
 
파인애플이 야자수에 열린다고 생각했던 한국 아이에게 하와이의 파인애플 농장에서 파인애플 밭을 가로지르며 키낮은 수풀에서 손가락만한 새빨간 파인애플을 본일을 이야기하면, 상대는 이미 과부화에 걸려 있을 것이다.



 머리속에 야자수를 여러개 붙여넣기 해보고 하늘까지 대충그려봤는데, 키낮은 수풀이며 빨간색 파인애플이라니!




 이미지 말고도 규칙, 일상 등을 일일이 설명하려면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지치고 만다.
-차라리 안들어버려.-
또는 -말을 말자-가 되어버리기 쉽다.







 둘째, '일반적인' 사람들의 이야기속에 설명을 들을 것이 너무 많다.



 
 고국을 떠나있던 기간, 외국에서 새로운 경험을 했던 기간은 곧, 고국집단 문화의 공백기를 뜻한다.






 고국의 또래집단이 보고 자란 만화, 학습, 사건, 이슈, 유행했던 드라마나 연예인, 관심사 , 놀이거리. 그 모두에 대한 기록이 없는 상태다. 다시 풀이하지면, 앞의 상황이 역전되어서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도 그나마, TCK는 설명하는데 익숙해져있다. 옮겨다닐 때마다 인간관계를 시작하기 위한 통과의례였으니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고국의 아이들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뭐야 쟤'가 되어버리고 '피치'라는 주제를 가지고 얼마든지 이야기 할 수 있는 아이들이 널렸는데, 굳이 성가시게 뭔지도 모르는 애를 붙잡고 이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가끔씩 반 전체가 추억에 젖어들 때면 TCK들은 설 곳을 잃고만다.




 이 현상은 고국으로 돌아가 카멜리온처럼 과거 전적이 티가 나지 않는 귀국TCK들에게 나타나기 쉽다.



 어느쪽도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데, 단지 경험의 차이로 벌써 제3문화아동은 불순물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세번째, 그래서 공감에 분열이 생긴다.



 경험은 공감대 형성의 중요한 토양이자 자양분이다. 아직 겪은일이 많지 않은 어린아이가 글을 쓰는데 어려움을 느끼는데서 알 수 있듯이,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거리'라는 기반이 이루어져야한다. 이것은 말하는 주체 뿐만이아니라,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듣는 사람-객체 또한 마찬가지로 갖추어야할 사항이다.

 하지만, 그 기반이 서로 어긋난다면? 그 때는 첫번째랑 두번째의 경우처럼 계속 설명을 해야하는데 그렇게되면 둘 사이에서 느껴지는 틈으로 인한 격차, 차이, 등으로 인해 유대감이 떨어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서로를 이해하고 맞창구치는 공감에 문제가 생긴다.






 네번째,  TCK가 하는 이야기가 너무 환상적이라서, 되려 반감을 사버리고 만다.


 이건 첫번째와도 어느정도 연결이 될 수 있지만..

 TCK들이 한 경험은 고국의 또래집단의 입장에서 지나치게 이국적이고 환상적일 수 있다.



 "이모가 호텔에서 밥을 사줬어. 막 스테이크에 꽃도 있고, 웨이터들이 의자 빼주고, 화장실 거울은 반짝이는게, 진짜 금으로 만든거랬어."
라고만 해도 이미 평범한 아이들은 입이 벌어지고 눈이 휘둥그레진다.



 하지만, TCK들이 겪은 많은 일들은 이 이상이다.



 나만해도, 별 특권을 누리지 않은 편이지만 낙타도 타보고 , 돌고래한테 얻은 동전으로 아이스크림도 사먹어보고,
호텔에서 할로윈 파티를 해보고, 정기 승마캠프에서 말을 타고 들판도 갈라보았다. 초대형 유람선에서 하룻저녁 자면서 게임만 해본것이 아니라, 어린 나이에 카지노 내부도 구경해보았다. 중요한 것은 - 이게 다가 아니라는 점이다.



 게다가, 상당히 일상적인 경험도 고국의 또래집단 입장에서는 환상적이다.



 내게는 일주일에 한번 장미가 가득핀 왕궁정원에서 연주회를 듣는 것은 일상적인 주말이었지만, 이쯤 되면 일상적인 한국 집안에서 자란 아이에게는 상당한 사치로 느껴질 것이다.(공짜인데 말이다.)



 실제, 아직 이것을 잘 몰랐던 시절 친해진 아이들이 '옛날 기억'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며 내것도 나누었는데 다음날 부터 반분위기가 심상치 않더니 어느 순간 무리에서 떨어져나간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대부분 몇달 후에 나에 대한 소문이 돌고 돌아 내 귀로 흘러들어왔는데, 정말 내가 들어봐도 천하의 '밥맛'인 내용이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우선,

 대부분 한곳에서 자란- 정체된 집단은 폐쇄적이다. 유동성이 높은 서울에서 자란 사람보다 외부교류가 적은 시골에서 자란 사람이 훨씬 더 보수적이다. 또한, 그만큼 배타적이다.
 


 예를 들자면, 모든 서양인들이 치즈를 잘먹는다고 생각하겠지만, 미국 시골에 사는 '미국촌놈'들은 치즈를 잘 못먹는다. 기껏해야 피자치즈나 체더치즈 정도먹지, 진정한 숙성치즈인 유럽식 치즈는 잘 못먹는다고 한다. (음식도 문화의 일부다.)



  민족 특성상, 한국인은 이런 모습이 강하게 나타난다. 오랜기간 '단일민족''우리는 하나'+[침략] &
외래문물 컴플렉스-에 시달렸기 때문에, 강한 공격성을 보인다. 두번째의 마지막에 표현했듯이, 아예 '불순물'이 되어버려 제거 대상이 되기도 한다. 





 첫번째 예시에서 질문자(고국집단)가 '마닐라'가 뭔지 모르는 부분이 나왔다. 이 경우 자신의 무지-약점이 탄로난 부분인 동시에, 컴플렉스다. 해외에 가보지 못했다는 [기회] 차이로 인한 패배로 느껴지며 그 기회를 우연히 얻었던 사람에 대한 질투심으로 발전 할 수 있다. 심지어 집단적으로 '타격'을 받았을 때, '그 운좋은 놈'='불순물' 때문에 자신들의 무지가 드러나버리고 상처를 받아버렸다는 의식까지 넘어갈 수 있다.(실제 잘 살펴보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에 일어나는 것은 이제 [마녀]가 되어버린 '불순물'을 사냥하는 것이다. 결과는? 뻔히 화형식이다.








 이것은 실제, 한국에 돌아와서 내가 겪은 보이지 않는 사회적 씨름을 글로 짚어낸 것이다.



 그 거부당한 경험들로 인해-

 나는 이야기 상대를 '편식'한다. 여전히 말하기를 좋아하고 할 말도 너무너무너무너무나 많지만,
중요한 것은 [아무나]하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 TCK들의 차이를 받아들이고 그들의 경험을 존중하며, 진심으로 이야기를 들어줄 준비가 되어있다면,
아마 그들은 너무도 놀랍고 이국적인 이야기들을 들려 줄 수 있을 것이다. 들어봐라, 장담한다. 재미있을거라고. 그것은 잘난척도, 자랑도, 당신의 '초라한' 경험을 공격하는 것도 아닌. 그저 그들이 살아온 의 일부 일 뿐이기에.

 

















TCK에 대한 이전 포스팅들_
2011/02/09 - [bein TCK, 제 3 문화 아이] - TCK/ 제3문화 아이들] #6 제3문화 아이, 그리고 외국어 / 허공에서 살아가기
2010/09/10 - [bein TCK, 제 3 문화 아이] - TCK/ 제3문화 아이들] #5 제3문화 아이, 그리고 강점 / 허공에서 살아가기
2010/08/15 - [bein TCK, 제 3 문화 아이] - TCK/ 제 3문화 아이들] #4 TCK에 대한 이해가 중요해진 이유, 허공에서 살아가기
2010/08/13 - [bein TCK, 제 3 문화 아이] - TCK/ 제3문화 아이들] #3 제3문화 아이, 그리고 귀향 가능성 / 허공에서 살아가기
2010/08/01 - [bein TCK, 제 3 문화 아이] - TCK/ 제3문화 아이들] #2 제3문화 아이란...? / 허공에서 살아가기
2010/07/28 - [bein TCK, 제 3 문화 아이] - TCK/ 허공에서 살아가기] #1 제3문화 아이들.



TCK부록_
2011/03/05 - [bein TCK, 제 3 문화 아이] - 제 3문화 아이라면 공감, 외국에 살았거나 본인이 '이상한데'서 산 경험이 있다면?





나름의 시선_
2011/02/12 - [개인적인 생각의 기록들] - 추성훈 “난 한국과 일본의 한가운데 서 있다”에 달린 악플들, [너]와 [나]의 경계
2010/12/10 - [개인적인 생각의 기록들] - <밥>에 깃든 여유, 그 아쉬움
2010/08/17 - [개인적인 생각의 기록들] - '떡볶이의 세계화'에 대한 잡담[후편]
2010/08/16 - [개인적인 생각의 기록들] - '떡볶이의 세계화'에 대한 잡담 [전편]


Comment 7 Trackback 0
  1. Paul K. Cho 2011.02.16 09:27 address edit & delete reply

    오늘도 Lynzi님의 솔직한 경험의 이야기와 분석의 글 잘 읽었습니다.

    • Lynzi Cericole 2011.02.16 11:43 신고 address edit & delete

      늘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하루 보내세요.

  2. 드래곤포토 2011.02.16 10:58 신고 address edit & delete reply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그리고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하고 잘한다니 부럽습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

    • Lynzi Cericole 2011.02.16 11:44 신고 address edit & delete

      어머, 드래곤포토님도 혹시 TCK이신가요?? 근데 상대에 따라 달라요ㅠ 절 받아준다는 느낌이 없다면 벙어리가 되어버린달까, 드래곤님도 좋은하루^^

  3. Semilla 2011.03.16 00:06 address edit & delete reply

    참 많이 공감해요. 저도 어렸을 때 그런 일들로 많이 데여서.. 지금은 많이 조심하는 편이죠.
    그 때 받은 제 self-esteem의 데미지는 복구하기 힘들지만....

    • Lynzi Cericole 2011.03.16 11:24 신고 address edit & delete

      저는 원래 성격이 외향적이로 막 일치고 진행시키고, 이런 스타일인데. 거부당한 경험들 때문에 그런가 추진력이 상실되더라구요... 정말 편한 사람 앞에서만 본성이 드러나고; 다시 자아찾기를 해야되나봐요ㅎㅎㅎ

  4. 노라 2021.06.11 10:58 address edit & delete reply

    옛날 글이지만 혹시 읽으실까 싶어 글 남깁니다^^ 외국에서의 경험은 없지만 외국어를 깊게 배울 때, 외국어 사용하는 환경에 오래 노출되어있어야 할 때도 비슷한 일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많지만, 물어보고 싶은 것도 많지만 말하지 않죠.. 예전에 한번 왔었는데, 국제학교에 들어간 조카의 영어를 봐줘야 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다시 찾아왔어요. 깊이있게 세심하게 이런 결의 다름을 찾아내주시고 글로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글도 읽고 싶은데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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