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6.25 지하철 안에 모인, '내게는 너무도 먼 당신'(4)
  2. 2011.03.10 TCK/ 제3문화 아이들] #7 제3문화 아이, 그리고 이야기 / 허공에서 살아가기(7)

지하철 안에 모인, '내게는 너무도 먼 당신'




 린지입니다:)



 요즘 포스팅 마다 같은 말로 시작 할 수 밖에 없어요.
>>>>>>>> 더워요....



작년에 뭣도 모르고 빠진 살이 다시 쪄서 그런가,
더 더운거 같습니다-ㅁ-... 취미 겸 스트레스 풀이가 식자재 갖고 노는거라, 도움 안됩니다ㅜㅜㅜㅜㅜㅜ















 공공시설인 덕분에 활활 타는 계절에도 꽤나 시원하게 유지되는 곳이 있다.


바로 발아래 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지하철!



 목적지로 향하는 동안 잠시간 땀을 식힐 수 있는 공간이면서(러시아워는 전쟁이지만), 어디든, 사람이 모인 장소라면 그렇듯이 한국의 지하철은 아주 재미있는 곳이다.


 어르신, 직장인, 학생, 아이, '아줌마', '아저씨' 등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볼 수 있다. 각자 자신의 시간을 살고, 저마다 다른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이 한 방향을 향해 부대낀다.



 교과서에 나와 있어 익히 알 수 있듯이, 한국은 서양의 10분의 1에 해당되는 시간 안에 농경사회에서 지식정보사회까지 급성장을 했다. 그 결과, 손으로 한올 한올 모내기를 하던 어르신이, 지금은 휴대전화를 들고다니며 가족의 전화를 받고, 태어나자마자 뷔페가 아무렇지도 않은 세상에서 휴대전화를 딸랑이 삼아 노는 아기가 그 노인과 마주 앉아 밥을 먹는다.


 아직도 산골에서 나물을 캐며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들을 TV로 구경하며 홈쇼핑으로 음식을 주문해 전자레인지에 던져넣는 도시인이 있다.

 어느사회나, 비슷비슷하겠지만, 한국만큼 유별난 시간을 겪은 곳도 드물것이다.


 현대 한국사회에서는, 세대 사이에 까마득하게 깊은 도랑이 움푹 파여있다.


 나는 당신을 이해 할 수 없고, 당신은 나를 이해 할 수 없는 것이 한국의 현주소랄까.

 



 젊은 세대의 입장을 대변해보자면, 우리는 일단 풍요의 세대에 태어났다. 도시 그늘 속에 있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음식이 도처에 널려있고, 기계가 '수고'를 덜어주는 세상을 당연시 여긴다. '민주화의 꿈'도 이미 이루어졌고,  의학의 발달로 한 세기를 살아버리는 일도 부지기수니 오래 살 걱정도 현실적이지 않다. 사람들의 주머니를 열 궁리를 하는 기업의 전략 덕에 갖고 싶은 것도 많고, 쏟아지는 정보로, 하고 싶은 것도 많다.
 여기저기 넘쳐나는 정보조각으로, 옛사람들이라면 평생동안 알 수 없었을 '귀한 사실'들을 아무렇지 않게 손가락 움직임 몇번으로 익힌다.

 아쉬울게 없는 세대다.


 하지만 동시에, 아쉬울 줄 모르는 세대이기도 하다.  그런 현대의 젊은층 이하의 한국인들은 생존력이 급격히 떨어진 상태다. 생명을 연명할 고뇌를 할 필요가 없었으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나마 린지는 경각심을 느낄만한 경험을 해보았기 때문에, 일반적인 20대초반의 또래들과는 생존의식이 좀 다른 편이다. 그러니 이런 글을 쓰게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린지가 관찰한 또래들은, 좋은 쪽으로는 생존을 넘어 자아실현을 하기 위해 차근차근 정해진 과정을 밟는 것 같은데, 문제는 소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사실상 하루하루 단순히 '존재'하고만 있다. 급박감이 없으니 자연히 술과 소비로 연결되고, 어릴적부터 TV복종훈련을 받은 탓에 언론에서 창출해내는 '유행'을 충성스레 따라 잡스의 노예를 자청하기도 하고, 옷장도 그에 맞춰 꾸민다. 생각이란 걸 할 틈도, 필요도 없다. 외부에서는 끊임없이 자극이 들어온다. 소화를 시킬 겨를 도 없이, 모니터, 액정, 스크린 이어폰 심지어 손에 들린 WII에서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볼 기회를 가져간다. 그렇다고 걱정할 것도 없다. 어차피 다음날 네이트기사에 '웰빙'이 무엇인지 알려주고(베플이 요약도 해주고), TV는 들을 노래와 좋아할 연예인을 선별해주고, 요즘은 소셜커머스가 뭘 살지 정해주고 싼값에 가져가라 한다.


 풍요에 감사하기에는 이미 포화 상태이고, 안정되는 사회의 특성상 열심히만 하면 성공한다는 단순한 법칙도 적용되지 않는다. 태어난 환경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직감 속에, 배는 굶지 않으니 굳이 몸부림 칠 필요성은 느끼지 못한다. 그냥 대충 즐기면서 살기로 한다. 아둥바둥해서 별로 남는 건 없다. 게다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보이는 세상살이나(국회, 비리 etc) 감질나게 한 번씩 터지는 말세 징후는 젊은이의 미래에 대한 욕구를 앗아간다.




 한편, 이런 자식을 둔 부모는 속에서 불이 날 것이다.



 대개 이들의 부모세대는 새마을 노래가 한창 퍼질때 성장을 하고,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고 격변하는 사회속에서 "빨리빨리 코리아"를 만들어낸 장본인들이다. 일에 잔뼈가 굵고, 배고픔이 무엇인 줄 알며 그 때문에 이를 악물고 생존을 한 세대다.


 이들의 눈에 누릴 것을 다 누릴 수 있으면서 악착같이 살지 않고, 자신들은 듣도보지 못했던 최첨단의 혜택을 받으면서도 더 갖고 싶다고 응석을 부리는 아이들을 보면 입에서 쓴맛이 돌 것이다. 뭘 해보라면 의지박약, 도대체 몸 편할 생각만 하는 것 같아 잔소리를 하면, 기성세대보다는 머리 한뼘씩은 더 자란 젊은 층은 서양에서 들어온 [나]라는 개념에 물들어, 곱게 눈깔고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부모에게 '대든다'.


 젊은 날 그저 살기 위해 등빠지게 일하고, 치솟는 물가에 아직도 등에 식은땀이 나게 일을 하고 있다. 세상은 점점 복잡해지면서 몇배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낙오 될테고, 뉴스에서는 아직 수명의 반절 밖에 살지 않았다고 희망차게 떠들어준다. 뼈빠지게 일한 대가는, 한국 사회를 OECD가입국이라는 명예의 전당으로 올려주었지만, 자신의 손에 쥔 것은 무엇인가.



 너무 바쁘게 사느라 문화생활은 커녕, 자아를 상실했다.

 퇴직은 눈 앞이고, 터져버릴 것 같은 도시에서 설 자리를 잃는 위기감에 사로잡힌다.



 막간의 여유가 생겨 돌아보면 유일한 희망인 자식들은 제 생활에 빠져있다. 마땅치 않은 경우가 대부분인데다, 흑막에 가려진듯한 그들의 생활에 소외감을 느낀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자란 세상과 다른 곳에서 살고 있으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쉽게 그려지지가 않는다.
 그나마 효율적으로 살기 위해 익혀놓은 삶의 잔기술 혹은, 생존본능 마저, 풍요의 세대에게는 흉이 된다. 그래도 오래서 있으면 정강이 뼈가 바스라지는 것만 같은 '아줌마'들은 엉덩이를 들이밀고 빈자리를 차지하고, 아저씨들은 누가 보든 말든 편한대로 옷을 흐트러뜨린다.




 이 모든 것에서 밀려난 노인은, 이제 지하철에서 역정을 내는 것으로 겨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그들은 전기가 존재하지 않던 세상에서 자라나 별천지에 살고 있다. 젊었을 적에는 어른을 공경했고, 나이가 들면 당연 '늙어서 유세' 떨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중금속보다도 냉혹한 현대사회는 그들을 내동댕이 쳐 버렸다. 세월로 터득한 지혜는 01로 이루어진 사회에 아무런 쓸모도 없어졌다. 앓는 배에 무엇이 좋은지, 농삿일은 언제 시작해야하는 건지... 아니면 단순한 사람 이야기라도, 그들이 이제 들려줄 준비가 되어있는 것은 온갖 전문가들에 의해 '구닥다리 민간요법'으로 전락해버렸다. 행여 노인들의 말이 맞더라도, 그들은 믿지 않고 전문가가 '그렇다'해야, 그런가보다 하는 것이 현실이다.



 신체가 헐어버린 그들은 , 풍요로운 내실로 반짝여야하는데, 그 마저없다. 수명은 늘어가고 할일은 없고, 별천지에서 태어난 가족의 어린 구성원들과의 이야기도 통하기 힘들다. 적응하는 어른들이야 있지만, 여유가 있는 사람들 소리고, 대부분은 변화에 맞추지 못한 나머지, 오히려 거대한 닻을 내려 과거에 머무는 쪽을 선택한다. 그럴 수록 마찰은 커지고 의료비만 축내는 사회의 '골칫거리'로 전락해버리지만, 어쩔 수 없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생존력을 잃었다.






 이렇게 복잡하게 하지 않고도, 간단히 요약하자면



 전쟁전-전쟁중-전후_ 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세대와, 전쟁의 상흔없이 태어난 세대가 공존하기 때문에 뚜렷한 차이가 나타난다
. 비빔밥처럼 놀라운 사회다. 그러니 세대간의 갈등이 유별난 것도 당연하다. 동시대에 태어났더라도 사회계층에 따라 전혀다른 경험을 하는데 하물며 시간을 어찌 메울까. 린지네에겐 역사물일 뿐인 일제시대를, 린지의 외할머니는 직접 겪고 산증인으로 '뒷방 노인네'로서 여생을 살아가고 계시고, 부모님은 먹을 것 없던 시절을 지나 지금의 한국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본 현대사의 주인들이다.
 이렇게 살을 맞대고 살아가지만, 세대간의 교류가 별로 없는 지금, 그 위대한 사실은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가족으로서의 역이 아닌, 세다와 세대간, 시간과 시간간의 만남으로 서로를 대하면 어떨까?

 [나]의 시간을 [네]게 전해주고, [그들]의 시간을 들으며 서로를 알아가고 이제 '통합 대한민국'을 만들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저 먹고사느라 보낸 시간들을 한데 모으고, 젊은층은 이론서와 전문가들이 채워주지 못하는 귀중한 삶의 이야기들을 받아들여서,

 차근차근 한국이라는 나라의 목표를 만들어가야하지 않을까...?
 





 마무리하며...


 전쟁의 상처가 완전히 아물어 '정상사회'로 돌아가는데 100년이라는데, 전후 세대인 부모님을 뒀지만 전쟁과 직접적인 체험은 하지 않은 끼인 세대인 린지네가 한국사회의 고비가 아닐까 싶다. 그만큼 부모세대와 극심한 충돌을 하고 있을테고, 그렇게해서 스스로의 생각을 만들어가야할 의무가 있다. 안타깝게도, 정부의 3S정책에 찌들어 그럴 수 있는 힘이 있을지가 의문이다.





 린지의 추천글_

외국인들에게 소개하는 한국문화, 한국인에게 소개하기
외국인을 위한 한국 문화 강연 엿보고 오기

밥 먹을 때 티나는 글로벌한 그대、음식 앞에서 들통나는 '우리들'
- 대한제국의 의민태자(영친왕), 역사에 빼앗긴 인생과, 그의 정체성 I
 우리도 한국의 주민입니다옹 ^ㅇㅅㅇ^
<밥>에 깃든 여유, 그 아쉬움
추성훈 “난 한국과 일본의 한가운데 서 있다”에 달린 악플들, [너]와 [나]의 경계















  

 잠깐! 손가락은요???

Comment 4 Trackback 0
  1. 사자 2011.06.22 20:06 address edit & delete reply

    공감합니다..악순환의 연속, 가끔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외국인과 오히려 대화가 잘되는 경우가 종종있어요 슬픔..

    • Lynzi Cericole 2011.06.22 21:24 신고 address edit & delete

      가까울 수록 먼 것 같아요..ㅎ 외국인이랑 더 통하는거 공감해요ㅋㅋㅋ

  2. 2011.06.24 23:18 address edit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Lynzi Cericole 2011.06.25 10:03 신고 address edit & delete

      이런 글에는 관심이 없더라고요ㅎ 제 블로그에서 제일 인기 있는 포스팅을 크림파스타 만들기에요ㅎㅎㅎㅎ

      글에 대한 칭찬 감사합니다:) 이런 뎃글 하나에 힘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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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K/ 제3문화 아이들] #7 제3문화 아이, 그리고 이야기 / 허공에서 살아가기






 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비단 듣는 것 뿐만이 아니라, 이야기하는 것도 굉장히 좋아한다.

 본래 나는 말이 굉장히 많은 아이였다. 예전의 학교기록표들을 보면 담임소견란에 'talkbox' 'talkative' 등
표현하길 좋아하는 아이로 나와있다. 하지만 얼마전, 내게 멘토식으로 접근했던 교수님께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네가 글을 쓴다길래, 좀 걱정했어. 직업 특성상 작가들을 많이 만나보는데,
많은 작가들이 굉장히 머리가 좋고 생각이 많지만, 어딘가 소통능력이 부족하거든. 다른 애들이랑 있는 걸 보면
너도 그럴까봐 좀..."



 내겐 충격적인 말이었다.

 우선, 나는 이야기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리고, 말도, 나름 잘하는 편이다. 나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
같이 밥을 먹자고 하는 맴버들이 있을 만큼. 내가 이야기를 할 때면 꽤나 매력적이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아무나와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교수님이 그리 본것은 학교라는 정글속에서 내가 방어태세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과 오늘은 외국의 TCK기관들에서 나온 자료가 아닌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봤을 때 나타날 수 있는
TCK의 특성들을 뽑아내보고 있다.
그중 오늘의 것은 아마, 한국사회에 특히 도드라지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일단은, 나의 '말상대 편식'이 일어난 배경부터 관찰해보았다. 



 명시했듯이, 나는 말하기 좋아하는 활발한 천성을 타고났다.
 (2살 때부터 온동네 대화에 끼어들었단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그러기에 이야기가 있는 곳이면 나는 기꺼기 참여하기를 좋아한다. 나는 이야기하는 것뿐 아니라 듣는 것 또한
굉장히 좋아한다
. 하지만, 한국에 와서 이런 내가 음지를 찾아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첫째, 설명할 것이 너무 많다.

 동일한 문화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대부분 비슷비슷한 경험들을 쌓는다. 보고 듣고 만진 곳이 뻔하며, 장소 또한
나름 뻔한다. "놀이터에서 놀았어"라고 누군가 이야기한다면 머릿속에 다들 비슷한 모습의 놀이터를 그리고,
어디에서 이사왔어. 하면 그 지역 이름만 들어도 감이 잡힌다. 감이 안잡히면 뭐 어떠랴, 어차피 비슷한 인생을
 살았을텐데.

 하지만 TCK의 경우 , 새로운 집단에 들어가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설명을 해야할 것이 너무도 많다.



 가령, 첫만남에-


 Q. 어디서 왔니?
 A. 인천.
 Q. 그래?



 가 될 것이, TCK의 경우



 Q. 어디서 왔니?
 TCK. 어디라니, 어딜 말하는거지?
 Q. 어디서 살다왔냐고.
 TCK. 아 , 난 전주에서 살다가 마닐라에서 초등학교를 다니고, 런던에 갔어. 그리고 일년쯤 미국에 있다가 온거야.
 Q. ...... 왜...? ...어.. 마닐라가 뭐야?





 어디서 왔냐 부터 쉽지가 않다. 그런데 그곳에서 했던 경험들, 일어난 일들이 나오기 시작한다고 생각해봐라.
 
파인애플이 야자수에 열린다고 생각했던 한국 아이에게 하와이의 파인애플 농장에서 파인애플 밭을 가로지르며 키낮은 수풀에서 손가락만한 새빨간 파인애플을 본일을 이야기하면, 상대는 이미 과부화에 걸려 있을 것이다.



 머리속에 야자수를 여러개 붙여넣기 해보고 하늘까지 대충그려봤는데, 키낮은 수풀이며 빨간색 파인애플이라니!




 이미지 말고도 규칙, 일상 등을 일일이 설명하려면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지치고 만다.
-차라리 안들어버려.-
또는 -말을 말자-가 되어버리기 쉽다.







 둘째, '일반적인' 사람들의 이야기속에 설명을 들을 것이 너무 많다.



 
 고국을 떠나있던 기간, 외국에서 새로운 경험을 했던 기간은 곧, 고국집단 문화의 공백기를 뜻한다.






 고국의 또래집단이 보고 자란 만화, 학습, 사건, 이슈, 유행했던 드라마나 연예인, 관심사 , 놀이거리. 그 모두에 대한 기록이 없는 상태다. 다시 풀이하지면, 앞의 상황이 역전되어서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도 그나마, TCK는 설명하는데 익숙해져있다. 옮겨다닐 때마다 인간관계를 시작하기 위한 통과의례였으니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고국의 아이들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뭐야 쟤'가 되어버리고 '피치'라는 주제를 가지고 얼마든지 이야기 할 수 있는 아이들이 널렸는데, 굳이 성가시게 뭔지도 모르는 애를 붙잡고 이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가끔씩 반 전체가 추억에 젖어들 때면 TCK들은 설 곳을 잃고만다.




 이 현상은 고국으로 돌아가 카멜리온처럼 과거 전적이 티가 나지 않는 귀국TCK들에게 나타나기 쉽다.



 어느쪽도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데, 단지 경험의 차이로 벌써 제3문화아동은 불순물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세번째, 그래서 공감에 분열이 생긴다.



 경험은 공감대 형성의 중요한 토양이자 자양분이다. 아직 겪은일이 많지 않은 어린아이가 글을 쓰는데 어려움을 느끼는데서 알 수 있듯이,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거리'라는 기반이 이루어져야한다. 이것은 말하는 주체 뿐만이아니라,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듣는 사람-객체 또한 마찬가지로 갖추어야할 사항이다.

 하지만, 그 기반이 서로 어긋난다면? 그 때는 첫번째랑 두번째의 경우처럼 계속 설명을 해야하는데 그렇게되면 둘 사이에서 느껴지는 틈으로 인한 격차, 차이, 등으로 인해 유대감이 떨어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서로를 이해하고 맞창구치는 공감에 문제가 생긴다.






 네번째,  TCK가 하는 이야기가 너무 환상적이라서, 되려 반감을 사버리고 만다.


 이건 첫번째와도 어느정도 연결이 될 수 있지만..

 TCK들이 한 경험은 고국의 또래집단의 입장에서 지나치게 이국적이고 환상적일 수 있다.



 "이모가 호텔에서 밥을 사줬어. 막 스테이크에 꽃도 있고, 웨이터들이 의자 빼주고, 화장실 거울은 반짝이는게, 진짜 금으로 만든거랬어."
라고만 해도 이미 평범한 아이들은 입이 벌어지고 눈이 휘둥그레진다.



 하지만, TCK들이 겪은 많은 일들은 이 이상이다.



 나만해도, 별 특권을 누리지 않은 편이지만 낙타도 타보고 , 돌고래한테 얻은 동전으로 아이스크림도 사먹어보고,
호텔에서 할로윈 파티를 해보고, 정기 승마캠프에서 말을 타고 들판도 갈라보았다. 초대형 유람선에서 하룻저녁 자면서 게임만 해본것이 아니라, 어린 나이에 카지노 내부도 구경해보았다. 중요한 것은 - 이게 다가 아니라는 점이다.



 게다가, 상당히 일상적인 경험도 고국의 또래집단 입장에서는 환상적이다.



 내게는 일주일에 한번 장미가 가득핀 왕궁정원에서 연주회를 듣는 것은 일상적인 주말이었지만, 이쯤 되면 일상적인 한국 집안에서 자란 아이에게는 상당한 사치로 느껴질 것이다.(공짜인데 말이다.)



 실제, 아직 이것을 잘 몰랐던 시절 친해진 아이들이 '옛날 기억'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며 내것도 나누었는데 다음날 부터 반분위기가 심상치 않더니 어느 순간 무리에서 떨어져나간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대부분 몇달 후에 나에 대한 소문이 돌고 돌아 내 귀로 흘러들어왔는데, 정말 내가 들어봐도 천하의 '밥맛'인 내용이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우선,

 대부분 한곳에서 자란- 정체된 집단은 폐쇄적이다. 유동성이 높은 서울에서 자란 사람보다 외부교류가 적은 시골에서 자란 사람이 훨씬 더 보수적이다. 또한, 그만큼 배타적이다.
 


 예를 들자면, 모든 서양인들이 치즈를 잘먹는다고 생각하겠지만, 미국 시골에 사는 '미국촌놈'들은 치즈를 잘 못먹는다. 기껏해야 피자치즈나 체더치즈 정도먹지, 진정한 숙성치즈인 유럽식 치즈는 잘 못먹는다고 한다. (음식도 문화의 일부다.)



  민족 특성상, 한국인은 이런 모습이 강하게 나타난다. 오랜기간 '단일민족''우리는 하나'+[침략] &
외래문물 컴플렉스-에 시달렸기 때문에, 강한 공격성을 보인다. 두번째의 마지막에 표현했듯이, 아예 '불순물'이 되어버려 제거 대상이 되기도 한다. 





 첫번째 예시에서 질문자(고국집단)가 '마닐라'가 뭔지 모르는 부분이 나왔다. 이 경우 자신의 무지-약점이 탄로난 부분인 동시에, 컴플렉스다. 해외에 가보지 못했다는 [기회] 차이로 인한 패배로 느껴지며 그 기회를 우연히 얻었던 사람에 대한 질투심으로 발전 할 수 있다. 심지어 집단적으로 '타격'을 받았을 때, '그 운좋은 놈'='불순물' 때문에 자신들의 무지가 드러나버리고 상처를 받아버렸다는 의식까지 넘어갈 수 있다.(실제 잘 살펴보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에 일어나는 것은 이제 [마녀]가 되어버린 '불순물'을 사냥하는 것이다. 결과는? 뻔히 화형식이다.








 이것은 실제, 한국에 돌아와서 내가 겪은 보이지 않는 사회적 씨름을 글로 짚어낸 것이다.



 그 거부당한 경험들로 인해-

 나는 이야기 상대를 '편식'한다. 여전히 말하기를 좋아하고 할 말도 너무너무너무너무나 많지만,
중요한 것은 [아무나]하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 TCK들의 차이를 받아들이고 그들의 경험을 존중하며, 진심으로 이야기를 들어줄 준비가 되어있다면,
아마 그들은 너무도 놀랍고 이국적인 이야기들을 들려 줄 수 있을 것이다. 들어봐라, 장담한다. 재미있을거라고. 그것은 잘난척도, 자랑도, 당신의 '초라한' 경험을 공격하는 것도 아닌. 그저 그들이 살아온 의 일부 일 뿐이기에.

 

















TCK에 대한 이전 포스팅들_
2011/02/09 - [bein TCK, 제 3 문화 아이] - TCK/ 제3문화 아이들] #6 제3문화 아이, 그리고 외국어 / 허공에서 살아가기
2010/09/10 - [bein TCK, 제 3 문화 아이] - TCK/ 제3문화 아이들] #5 제3문화 아이, 그리고 강점 / 허공에서 살아가기
2010/08/15 - [bein TCK, 제 3 문화 아이] - TCK/ 제 3문화 아이들] #4 TCK에 대한 이해가 중요해진 이유, 허공에서 살아가기
2010/08/13 - [bein TCK, 제 3 문화 아이] - TCK/ 제3문화 아이들] #3 제3문화 아이, 그리고 귀향 가능성 / 허공에서 살아가기
2010/08/01 - [bein TCK, 제 3 문화 아이] - TCK/ 제3문화 아이들] #2 제3문화 아이란...? / 허공에서 살아가기
2010/07/28 - [bein TCK, 제 3 문화 아이] - TCK/ 허공에서 살아가기] #1 제3문화 아이들.



TCK부록_
2011/03/05 - [bein TCK, 제 3 문화 아이] - 제 3문화 아이라면 공감, 외국에 살았거나 본인이 '이상한데'서 산 경험이 있다면?





나름의 시선_
2011/02/12 - [개인적인 생각의 기록들] - 추성훈 “난 한국과 일본의 한가운데 서 있다”에 달린 악플들, [너]와 [나]의 경계
2010/12/10 - [개인적인 생각의 기록들] - <밥>에 깃든 여유, 그 아쉬움
2010/08/17 - [개인적인 생각의 기록들] - '떡볶이의 세계화'에 대한 잡담[후편]
2010/08/16 - [개인적인 생각의 기록들] - '떡볶이의 세계화'에 대한 잡담 [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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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aul K. Cho 2011.02.16 09:27 address edit & delete reply

    오늘도 Lynzi님의 솔직한 경험의 이야기와 분석의 글 잘 읽었습니다.

    • Lynzi Cericole 2011.02.16 11:43 신고 address edit & delete

      늘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하루 보내세요.

  2. 드래곤포토 2011.02.16 10:58 신고 address edit & delete reply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그리고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하고 잘한다니 부럽습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

    • Lynzi Cericole 2011.02.16 11:44 신고 address edit & delete

      어머, 드래곤포토님도 혹시 TCK이신가요?? 근데 상대에 따라 달라요ㅠ 절 받아준다는 느낌이 없다면 벙어리가 되어버린달까, 드래곤님도 좋은하루^^

  3. Semilla 2011.03.16 00:06 address edit & delete reply

    참 많이 공감해요. 저도 어렸을 때 그런 일들로 많이 데여서.. 지금은 많이 조심하는 편이죠.
    그 때 받은 제 self-esteem의 데미지는 복구하기 힘들지만....

    • Lynzi Cericole 2011.03.16 11:24 신고 address edit & delete

      저는 원래 성격이 외향적이로 막 일치고 진행시키고, 이런 스타일인데. 거부당한 경험들 때문에 그런가 추진력이 상실되더라구요... 정말 편한 사람 앞에서만 본성이 드러나고; 다시 자아찾기를 해야되나봐요ㅎㅎㅎ

  4. 노라 2021.06.11 10:58 address edit & delete reply

    옛날 글이지만 혹시 읽으실까 싶어 글 남깁니다^^ 외국에서의 경험은 없지만 외국어를 깊게 배울 때, 외국어 사용하는 환경에 오래 노출되어있어야 할 때도 비슷한 일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많지만, 물어보고 싶은 것도 많지만 말하지 않죠.. 예전에 한번 왔었는데, 국제학교에 들어간 조카의 영어를 봐줘야 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다시 찾아왔어요. 깊이있게 세심하게 이런 결의 다름을 찾아내주시고 글로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글도 읽고 싶은데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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