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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K/ 제 3 문화 아이들/한글

추성훈 “난 한국과 일본의 한가운데 서 있다”에 달린 악플들, [너]와 [나]의 경계





  나는 재일교포, 혹은 재미교포 출신에 대한 기사들을 볼 때마다 착잡한 마음을 다스리는데 애를 먹는다.

 
 대개 ‘차별’을 겪은 내용과 그 아래 달리는 악플들 때문이다. 그것 외에도, 나는 단어를 찾지 못하는 그들이 자신을 (재일교포의 경우) ‘경계인’ ‘세계인’이라 표현하는 것에 안타깝기 때문이다.
 


 물론, 단어는 그저 소리일 뿐이지만. 나 또한,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으로, TCK라는 용어를 찾기까지 스스로 ‘허공의 존재’라 표현한적이 있는 만큼, 그 단어가 나오기까지 얼마가 큰고통이 있었는지 알아 그들의 인터뷰가 더 안쓰럽다.






 TCK 게시판을 보면 알겠지만, 나는 외국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경험이 있다. 정확이 말하자면 유치원을 처음 미국에서 다녔고, 초등학교 5학년이 되어서야 한국에 왔다. 나는 뽀뽀뽀나 하나둘셋 대신 Sesame Street으로 나를 구성하는 바탕의 틀을 만들었고, 웨딩피치나 사오정이 나오는 만화는 귀국 후 학교에서 가끔 추억얘기에 불타오르는 아이들의 입에서 들은 어떠한 존재일 뿐이다. 아침에 국에 밥을 말아먹으면 속이 더부룩하고, 체끼가 있을 땐 베이글이나 소다크래커를 잘근잘근 씹어먹으면 나아진다(대개 오래동안 밥위주의 식사를 하면 그렇게 되는거라).



 
 내가 만약, 피치 못 할 사정으로 귀국하지 않았거나, 그 때 이민을 결심했다면 나는 아마 지금 -재미교포-의 신분으로 타자를 한땀한딴 씨름하며 누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일단, 누구든, 교포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우아한 생활을 한듯하지만, 외국에서 많은 차별을 겪은 입장에서 재일교포, 재미교포들이 한국에서 겪는 차별이 아무리 노력해도 납득이 가질 않는다. 잦은 침략을 겪은 민족의 공격성향인 건 아는데, 그것이 단지 ‘외국물을 먹고 자랐다'는 이유로 그들과 한패로 여기는 것은 너무 가슴 아픈 일이다.





 일단, 정리를 해보자. 나의 복잡한 심정을.



  ※ [너]와 [나]는 , 그들vs우리 라는 개념으로 사용할 것이다. 이편 저편 뭐 그런.




 1. [너]와 [나]의 경계는 어떻게 형성되는가.




 * 나는, 우연히 부모를 따라 외국에 나갔다. 아빠가 해외지사에서 일하는 기간동안 나는 ‘교포’였다. 한국어보단 영어가 익숙했고, 미국과 영국 학교에서 교육을 받았다. 그쪽 사고방식으로 살았다는 소리다. 나는 [너]인가?

 하지만 나는 양부모 모두 토종한국인이고, 집에서 한국음식을 먹고, 가끔은 이탈된 느낌이 들지만 어디가서 주저없이 ‘South Korea’에서 왔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지난 10년을 한국에서 살았다. 중고등학교는 100%한국에서 다녔다. 나는 과연 [너]일까 [나]일까.



 * 이민사회로 대변되는 미국이나 캐나다에는 두 종류의 교포들이 살고 있다.



 하나는, 자신을 ‘한국계 미국인’이라 칭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미국인인데, 기원을 따지자면 한국에서 유전자를 받았다는 이들이다. 이들은 ‘순미국인’들 처럼 생활한다. 그리고 미국인인 것을 자랑스레 여긴다. 그레이 아나토미에 나오는 한국계 배우 산드라 오가 그 예이다.



 두 번째는, 한 번도 한국땅을 밟아 본적이 없더라도, 한국적인 전통을 유지하려고하며 스스로를 한국인이라 칭하는 -재미교포-들이 있다. 이들은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누구보다도 강한 애국심을 보인다. 이들은 과연 [너]일까?




 그리고, 기자들이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라 칭하는 첫 번째 경우-한국계 미국인-는 과연 [나]일까? 그러니까, 그 미국인들이 ‘한국인’이라는 한국사회의 시선은 무엇일까.




 * 이젠 한국에도 다양한 유전자들이 유입되고 있다.


 그 전에, 한반도 자체가 전세계의 핵심유전자들이 모여든 유전자의 우물이긴하지만(고인돌에 묻힌 뼈의 증거에 의하면, 한국인의 조상중에는 심지어 북유럽인들도 있었다.) 뭐 한동안은 말도안되는 ‘단일민족’을 유지했으니.

 어찌되었든, 국제결혼, 혹은 외국인들의 귀화로 인해 한국은 대놓고 다양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어떤 아이들은 전혀 토종한국인의 유전자를 물려받지 않고도 호적에 -한국인-이라 적혀있는 날이 다가왔다.
 


 이들은 [너]인가? 온전한 [나]인가? 이도저도 아니기 때문에, 일단 ‘나’는 아니라고 [너]일까?






 2. 그래서 무엇이 다르고 그렇게 불편하단 말인가.



 당신들도 미드와 일드 등등을 보고, 한국인이면서 파스타 먹고 커피 마시고, 일본어 하고, 그들의 예절도 따라해보고, 그들의 지식과 문화를 습득한다. 해외여행도 해보고, 아티스트 정재형씨처럼 한국인이면서도 한국인인게 더 어설퍼보이는 그런 사람들도 있다. 자아가 완전히 형성된 성인기 이후에 해외로 나간 사람들도 많고, 사람에 따라서 그 나라와 자기 안의 무언가가 너무 잘 맞아서 ‘그쪽화’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이 불편한가?



 그러면, 지리적인 농간으로 나라밖에서 태어났다거나, 그곳에서 유년기를 보낸 사람들. 혹은 서류상에 외국인이라 적혀있는 사람들. 그들은 왜. 불편한가.

(원정출산은 해당되지 않는다. 고의적으로 그 땅와 관계를 맺지 않고 그저 ‘태어난’ 존재라.)




>> 생각이 다른 것이 그리도 불편한가? 인간은 본래 개성적인 존재다. 창의성을 앞세운 이 시대에 그들 앞에 있으면 피해의식이 느껴지는가?

>> 행동이 다른 것이 불편한가? 집안 마다 분위기가 다르듯 행동도 다르다. 같은 토착 한국인이더라도 환경에 따라 행동의 차이는 나타날 수 있다.



>> 왠지 ‘그들’과 한패로 보이는가? 교포들이 말하지 않는가. ‘나는 한국인이다.’라고. 물론, 자란 땅에 대한 애정은 있지만,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깊히 알아봐라. 행여 그들이 한국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 그건 사실 안타깝고 답답해서.하는 푸념의 소리에 가깝다.



>> 아니면 솔직히. 밥그릇이 뺏긴 느낌인가? 이주노동자와 마찬가지로, 그들이 당신의 생계를 위협하러 온것으로 보이나? 그저 한국에서 돈뽑아가려는 존재들로 보이는가?




 묻고 싶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것은 아니냐고.
 
 본인의 능력 부족의 독기어린 화살을 통쾌하게 쏘아볼 과녁을 찾고 있던 것은 아니냐고. 왠지 [우리]가 아니니까 공격할 명분이 주어진 것 같고. 그냥 꼴보기 싫은 건 아닌지.




 말해 달라. 정말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냥 ‘싫다’ 말고, 진짜 그 반감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나서 싫어하든 좋아하든 욕을하든 하란 말이다. 자신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단순히 표출만하는 것은 유아기를 벗어나지 못한 행동이다.





 3. 그럼 진정한 한국인이란 무엇인가.



 그들을 매국노, 양키, 일본 놈, 박쥐. 군대안가고 돈 벌러 온 인간.이라 욕을 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태극기 앞에서 울어본적이 있냐고. 그저 펄럭이는 태극기 하나에, 심장이 무너져내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은 적이 있냐고. 한국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외국인이 잘 못 된 정보를 얘기 할 때, 울며불며 따져본적 있냐고. 일상을 민간인 외교관으로 살고,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본토에 있는 한국인들이 뭐라고 욕을 하던지 그저 심장이 늘 ‘고국’을 그리워하는 그 심정을 아냐고. 묻고 싶다.



 한국인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선거권도 행사하지 않고, 나라를 위해 스스로를 발전시키지도 않고, 나라 욕하는데 바쁘고 그리고 대개, 국가라는 개념이 별로 없이 그저 ‘살고 있는’ 이들이, 제 발로 한국을 찾아오고, 이야기하고, 한국인으로 살아가고자하는 이들을 욕할 자격이 되냐고 물어보고 싶다.



 ‘외국인’혹은 ‘교포’로 살다가 한국에 들어와서 가장 놀란 것은, 얼마나 나라를 너무도 가볍고 하찮게 여기는 태도였다. 이들은 한국에 살고 있을 뿐이지, 한국인이라는 자각이 없는 족속들이라 생각을 한다. 나는 이들보다는 태극기를 달고 운동을 하고 싶어했던 추성훈같은 사람들이 더 진정한 한국인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 ‘한국인’이라는 것은 하나의 의식이다.


 사람의 발은 땅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어디든 떠날 수도, 휩쓸릴 수도 있고, 어디에서 태어나는지는 어떠한 우연의 산물이다.



 당신이 어느 날 이민을 결심하고 미국에서 가게를 여는 순간, 당신의 아이도 재미교포가 될 수 있고. 전쟁 때 동경유학 같던 증조부가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고 그곳에 정착하고 살았다면, 어쩌면 당신은 이지메를 견디다 못해 알지도 못하고 갈 일없는 한국의 흔적으로 고생하느니- 하며 일본이름을 밤새 고민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니, 그 말도안되는 악플들이 그들의 눈에 보이지 않게 생각을 하고 써줬으면 한다.


  
나는 누구보다 강하게 한국인이라 주장해왔던 어린시절에 막상 '조국의 품'에서 처음 들은 소리, 그리고 별명이
'외국인'
이었다.
 

 경험해본적이 없는 사람들은 감이 안잡히겠지만 그 시선은 꽤나 힘들다. 그동안 나라밖에서 한 투쟁들이 눈앞에서 무너지는 경험도 했다. 집떠나면 고생이라고, 많은 해외동포들은 나라밖에 사는 서러움을 겪고, 그럼에도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려 보이지 않는데서 노력하고 열심히한다. 한국의 이름을 드높혀주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에 선정되지 않았더라고, 이들이 [너]가 아닌 [우리]라는 것을 알아 줬으면 한다.





 과연 몇 명이 이 포스팅을 읽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 그냥. 궁금하다.